엘리자베스 여왕, 70년 '대중의 군주'로 막강한 존재감
- 2022. 9. 9
8일(현지시각) 숨을 거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2022년 2월6일 즉위 70주년을 넘기는 등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재임하며, 영국이 ‘대영제국 이후 시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영욕을 함께 한 군주입니다.
영국 군주는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정치적 권한을 의회에 넘겨주고 상징적인 존재로 남았지만, 여왕은 이런 한계 속에서도 영향력과 존재감을 한껏 발휘했다. 국가 통합의 상징적 존재라는 역할과 대중의 주목을 받는 ‘유명 인사’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만족시켜, 군주제 존속을 반대하는 여론을 무마하면서 영향력을 극대화한 ‘지극히 현대적인’ 인물이었답니다.
지난 1926년 4월21일 런던에서 태어난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여왕은 1952년 2월6일 아버지 조지 6세 사망 이후 2022년 9월까지 70년 넘게 영국 국왕으로 재임했다. 재임 기간은 자신의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1837~1901년 재임)의 기존 최고 재임 기간인 64년보다 6년 이상 길다. 그는 ‘연합왕국’(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군주일 뿐 아니라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14개국을 더한 영국 연방 왕국의 군주이기도 했다. 비록 상징적인 자리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전세계에서 2개 이상의 주권 국가를 대표한 유일한 군주입니다.
그가 즉위한 1952년은 영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으나 국제 질서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어간 뒤였다. 영국이 제국의 지위를 완전히 잃은 뒤 즉위한 여왕은 68년 뒤인 2020년 1월에는 자신의 나라가 유럽연합(EU)을 공식 탈퇴함으로써 유럽 내 주도권을 프랑스와 독일에게 넘겨주는 것까지 지켜봐야 했다. 그의 재임 기간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 제국을 이끈 빅토리아 여왕 시기와는 비교조차 어려울 만큼 영국의 위상이 약해진 시기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조지 5세 왕의 둘째 아들인 요크 공작(이후 조지 6세가 됨)의 맏딸로 태어났기 때문에 왕좌에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1936년 큰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가 미국 출신 이혼 여성 윌리스 심슨과 결혼하기 위해 즉위 11개월 만에 왕위를 동생에게 물려줌으로써, 곧바로 왕위 계승 1순위 후보로 떠올랐답니다.